모모 미하엘 엔데 시간 도둑 이야기로 되돌아보는 참된 시간의 꽃과 마음의 여유
물가는 왜 해마다 멈추지 않고 오르는 것일까요. 월급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 같은데 마트의 장바구니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왜 시간이 흐를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일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나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EBS 자본주의 제작팀이 밝혀낸 자본주의의 민낯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순진한 경제 지식을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누군가의 피땀 어린 노동의 대가 이전에 은행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부채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종이 화폐와 계좌 속 숫자는 결코 금이나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신용 화폐입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찍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돈이 시중 상업은행의 대출이라는 마법을 통해 무에서 유로 창조됩니다. 이러한 신용창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평생 열심히 일하고도 보이지 않는 세금인 인플레이션에 자산을 잠식당하는 금융 문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도서 EBS 자본주의는 바로 이 충격적인 금융의 작동 원리를 직관적이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친 명저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졸로 살아가지 않고 스스로의 자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책의 핵심 내용을 관통하는 돈의 생성 원리,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실체, 통화량 팽창이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부채 시스템의 파국적 순환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흔히 대중은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대부분이 한국조폐공사 같은 국가 기관에서 물리적으로 인쇄한 지폐나 주화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백억 원 어치의 화폐를 찍어 시장에 공급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총량도 백억 원이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돌고 도는 통화량의 총합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본원통화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합니다. 조폐공사가 찍어내는 실물 화폐는 전체 유동성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장부상에만 존재하며 사람들의 통장 계좌를 오가는 거대한 화폐는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요. 정답은 바로 은행의 대출 창구입니다. 누군가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그 돈을 금고에 가만히 보관해 두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비율만을 남겨둔 채 나머지 거액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줍니다. 바로 이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 컴퓨터 화면에 새로운 숫자가 찍히며 기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돈이 탄생합니다.
결국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통되는 돈의 절대다수는 누군가가 짊어진 빚입니다. 은행이 빚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으며 경제는 즉각적인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화폐는 금이나 은처럼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실물 자산이 아니라 누군가가 미래의 노동력을 담보로 빌려 쓴 부채의 증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현대 화폐의 기초 개념은 위키백과 통화량 지표 항목에서 광의통화와 본원통화의 체계적인 구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 무에서 돈을 창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바로 부분지급준비제도에 있습니다. 이 제도의 기원은 과거 중세 영국의 금세공업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람들은 무겁고 도난 위험이 큰 금을 금세공업자의 튼튼한 금고에 맡기고 보관증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점차 무거운 금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 편리한 금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리한 금세공업자는 모든 고객이 한날한시에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예치된 금의 십 퍼센트 정도만이 인출 요구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챈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없는 금까지 마음대로 보관증으로 발행하여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기처럼 시작되어 오늘날 합법적인 금융의 뼈대로 굳어진 부분지급준비제도의 기원입니다.
오늘날 시중 상업은행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예컨대 지급준비율이 십 퍼센트라고 가정할 때 고객이 백만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십만 원만 금고에 남기고 구십만 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줍니다. 이제 시장에는 최초의 백만 원과 새로 대출된 구십만 원을 합쳐 총 백구십만 원의 통화량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 구십만 원이 다시 다른 은행에 예금되고 대출되는 연쇄 과정을 거치면 최초의 백만 원은 이론상 천만 원이라는 거대한 신용통화로 팽창합니다. 이것을 금융학에서는 신용창조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금융 구조를 이해하는 기초 금융 지식 습관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필수 소양입니다.
우리는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귀해졌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물가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상품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화폐의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물건 가격이 올라가는 외형을 띠게 됩니다.
은행이 신용창조를 통해 끊임없이 대출을 발생시키는 한 시중의 돈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량이 매년 팽창한다는 것은 내 주머니 속에 있는 지폐의 실질 구매력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매년 증발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통화량 팽창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대량 공급할 때마다 자산 시장은 환호합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하며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실제로는 화폐의 가치 하락분이 자산 가격의 숫자로 환산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아무런 실물 자산 없이 현금만을 통장에 모아두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인플레이션 세금에 자신의 피땀 어린 노동력을 고스란히 헌납하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화폐 가치 하락의 역사적 배경은 위키백과 인플레이션 메커니즘에서 고대 로마의 화폐 타락부터 현대까지의 사례를 통해 상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EBS 자본주의에서 제시하는 가장 충격적인 통찰 중 하나는 바로 이자의 부재가 빚어내는 비극적 구조입니다. 가상의 고립된 섬마을에 중앙은행 하나와 시민 세 사람만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앙은행이 시민 갑에게 만 원을 연 이율 십 퍼센트로 빌려주었습니다. 이제 섬 전체에 존재하는 돈의 총량은 오직 만 원뿐입니다. 1년 뒤 갑은 원금 만 원과 이자 천 원을 합쳐 만천 원을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섬 전체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천 원이라는 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이 애초에 발행한 돈 자체가 만 원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이자 천 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유일한 해결책은 중앙은행이 또 다른 누군가인 을에게 새롭게 돈을 찍어 대출해 주는 것뿐입니다. 갑이 노동을 통해 을의 돈을 빼앗아 와야만 자신의 이자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아야 하는 잔인한 의자 앉기 게임과 같습니다. 시스템 내에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돈이 애초에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드시 탈락하여 파산해야만 시스템이 유지됩니다. 통화량 증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부터 차례대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부채 시스템의 냉혹한 본질입니다.
빚을 기반으로 끝없이 팽창하던 통화량도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거나 차주들이 더 이상 늘어난 빚을 감당할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원금 회수에 들어갑니다. 바로 이 순간 자본주의의 파티는 끝나고 잔인한 숙청의 계절인 디플레이션이 시작됩니다.
디플레이션이 도래하면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기 시작합니다. 시중의 통화량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기업들은 연쇄 도산에 직면합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사람들은 지갑을 더욱 굳게 닫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사람들의 피를 말리는 만성 질환이라면 디플레이션은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는 급성 심장마비와 같습니다. 거품이 터지는 시기에는 아무리 성실하게 일한 노동자라 하더라도 거시경제의 파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호황의 끝자락에서 과도한 빚을 내어 자산을 매수하는 행위가 왜 치명적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 주기의 진폭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면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 연방준비제도의 막강한 지배력을 목도하게 됩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금 일 온스를 삼십오 달러에 고정하며 기축통화가 된 달러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아무런 금속 담보 없이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적 신용만으로 발행되는 순수 명목 화폐가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는 미국 달러를 발행하는 연방준비제도가 국가 소유의 공공 기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방준비제도는 민간 상업은행들이 지분을 나누어 가진 사립 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소수의 거대 금융 가문과 민간 은행가들이 전 세계의 통화량과 금리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이 자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하여 달러를 무제한 찍어내면 그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전 세계 신흥국으로 고스란히 수출됩니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 신흥국에 머물던 자금이 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경제 위기가 발생합니다. 글로벌 경제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개별 국가의 국민은 환율과 금리의 격랑 속에서 무방비로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잣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냉혹한 정글에서 순진하게 예금 이자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은 시스템의 규칙을 완전히 오판한 결과입니다.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자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화폐 시스템의 생리를 역이용하는 명민한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방어 전략은 화폐 착시에서 벗어나 실물 가치를 지닌 우량 자산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통화량 팽창 국면에서는 현금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손실이므로 생산 수단을 가진 기업의 주식이나 입지가 뛰어난 부동산, 그리고 희소성을 지닌 금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합니다.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만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자산을 띄워 올리는 뗏목 역할을 해줍니다.
두 번째 전략은 부채를 다루는 감각을 기르는 것입니다. 모든 부채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소비를 위한 나쁜 부채는 철저히 배제해야 하지만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우량 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장기 저리의 고정금리 부채는 화폐 가치 하락의 수혜를 누리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화폐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부채를 지혜롭게 통제하는 금융 지식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입니다.
EBS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자본주의를 원망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고 이용할 것인가입니다. 은행의 신용창조 시스템이나 끊임없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일개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조류입니다. 이 흐름을 비난하며 방관하는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갈 뿐이지만 파도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서퍼는 파도를 타고 멋지게 질주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노동의 가치는 숭고하지만 그 번 돈을 지키고 불리는 금융 지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통화량이 팽창하는 속도보다 나의 자산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식을 연마하고 올바른 자산 배분을 실천해야 합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이 배움의 끝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자본주의의 체스판을 지배하는 새로운 금융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